좋아하는 운동을 하면서 봉사를 할 수 있는 활동이 있다?
그것은 바로 시각장애인 분들의 러닝을 돕는 "빛나눔" 동반 주자 활동이다.
*시야(빛)을 공유하는 뜻에서 붙인 말인것 같다. 너무 아름다운 말이다...!
그동안 봉사활동을 하고는 싶었지만, 어떤걸 해야할지 선택할 수 없었던 이유는 이왕이면 내가 잘하거나, 좋아하는 분야와 연관되었으면 하는 바람이었던 것 같다.
우연히 인스타그램을 보다가 발견한 vmk 활동.
매주 토요일 오전 8시(동계인 11월부터는 9시)에 남산 공원에서 정기 훈련이 있어 별다른 신청 없이 훈련 장소로 가면 되고, 처음 훈련에 참가하더라도 별도로 가이드 러너 교육을 진행해주기 때문에 큰 부담없이 참석할 수 있었다.
기본적으로 시각장애인 마라톤은 동반주자와 '믿음의 끈'이라고 불리는 끈(아래 사진 참조)을 서로 팔에 잡고 당기거나, 어깨로 밀며 방향을 조절하며 같이 뛰는 방식이다. 오르막, 내리막 그리고 앞사람과의 간격, 방지턱과 같은 주의들을 계속 말로 안내해드리면서.
처음 훈련에 참석해서 받았던 교육과 무려 오늘! 하프 코스를 시각 선생님과 함께 완주했던 후기에 대해서 좀더 얘기해보도록 하겠다.
1. 가이드 러너 교육
처음 훈련에 가면, 교육생들끼리 2인 1조로 안대를 지급받아 서로를 가이드 런해보는 경험을 갖는다.
앞이 잘 안보이는 사람을 주변에 부딪히지 않게 잘 안내하는 것도 쉽지 않았지만,
더욱 충격적이었던 경험은 내가 안대를 끼고 달려보는 것이었다.
옆에 동반주자가 있고, 앞에 아무도 없다며 똑바로 가라고 확인해주더라도 쉽게 앞으로 나아갈 수 없는 경험을 하면서, 새삼 시각장애인분들이 얼마나 힘드실까하는 생각이 들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이드 러너)를 믿고 달리는 그분들이 너무나 존경스러웠다.
얼른 많은 경험을 쌓아서 훈련도 같이 하고, 대회도 같이 나가서 더 많은 도움을 드리고 싶었다.
[vmk 카페에 있는 가이드러너 관련 꿀팁]
https://m.cafe.daum.net/vmk/2Iyi/593?svc=cafeapp
2. 손기정 마라톤 동반주자 후기
vmk에 매주 토요일에 나가 열심히 훈련한지 약 2달 정도만에, 마침 여름 즈음 개인적으로 참가신청을 했던 손기정 마라톤 하프코스에 vmk분들도 참여하신다고하여, 매칭을 지원했다.
사실 개인적으로도 2번째 하프 코스 출전이었고, 1:1로 온전히 남산에서도 훈련해보지는 못한 상황이어서 조금은 두려웠지만 전날 토요일에 같이 뛰시는 선생님과 남산에서 같이 뛰어보며 호흡을 맞춰보고 조금은 안심이 되었다.
러닝 경험도 많으신 선생님이셔서 나의 서투른 가이드에도 잘 따라와주셨다.
우리의 목표는 2시간!
혼자서 뛰었을때 넉넉히 1시간 53분 정도의 기록을 갖고 있긴 했는데,, 살짝 부담되긴 했었다...ㅎㅎ
갑자기 추워진 날씨였지만 그래도 1km, 2km를 지나다 보니 체온이 올라왔다.
동반 주자로 같이 뛸때의 가장 큰 어려움은 우리 두명이 수평으로 달려야하다보니, 좁은 길이나 사람이 몰려있는 곳에서 일정한 속도로 뛰기가 어렵다는 점이다.
시각 선생님께서는 앞의 상황을 알수없으니 동반주자는 앞, 옆, 뒤의 상황을 보면서 계속 상황에 대한 공유를 해야하고, 때로는 앞사람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길을 비켜달라고 크게 외치기도 한다.
"실례하겠습니다. 좀 지나가겠습니다. 시각 장애인 선생님 이십니다"
다행히 눈에 띄는 주황색의 조끼/싱글렛을 입고 있어서 그런지 응원하는 사람들, 그리고 주로에 있는 사람들이 먼저 알아봐주고 응원과 격려를 정말 많이 해주신다.
나도 vmk에 참석한지 얼마 안됐을때, 국제 국민 마라톤에서 주황색 조끼를 입은 분들을 보면서 얼마나 크게 화이팅을 외쳤는지 모른다.
정말 주로에 같이 뛰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엄청난 감동이다.
이번에는 실제 그 조연으로서 같이 21km를 달려보니 감회가 또 새로웠다.
아쉽게도 목표했던 2시간 이내는 달성하지 못했지만, 그래도 대부분의 거리를 일정한 페이스로 잘 달렸고 부상없이 완주할 수 있어서 감사하고 뿌듯한 하루였다.
참, vmk 대회의 시작과 끝은 시각 분들을 역이나 차로 모셔다 드리는 것까지다.
끝나고 같이 근처 홈플러스에서 식사도 하고 많은 얘기를 나누었다.
아직은 서로 묻거나 먼저 꺼내지 못한 말들도 있겠지만, 언젠가는 더 많은 감정과 얘기들을 공유할 수 있는 날이 오겠지.
운동과 보람을 둘다 성취할 수 있는 곳.
도움드리러 왔다가 도움을 더 많이 받고 가는 이 곳.
VMK 한국시각장애인 마라톤회에 많이들 오셔서 이 깊은 감동을 같이 나누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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